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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만 화려해지는 담뱃갑, 청소년을 유혹

관리자 2013년 07월 04일 15:55 조회 388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7/01/2013070100045.html

 

성인 남성 흡연율 줄어들자 담배社, 새로운 타깃층 공략
중·고교생들 흡연 아지트엔 화려한 담뱃갑이 11개중 10개
美 청소년 설문조사에서도 포장 평범할수록 선호도 낮아

지난 28일 경기도 구리의 한 주택가 골목. 주변에 중·고교 7곳이 밀집해 있어, 흡연하는 학생들이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이른바 '담배 아지트'가 많다. 이곳에 본지 취재진과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이복근 사무총장이 잠복해 상황을 지켜봤다. 이날 오후 4시 15분쯤 막 하교한 남자 고등학생 한 명이 골목에 접어들었다. 주변을 휘휘 둘러본 이 학생은 뒤로 멘 가방을 앞으로 휙 돌리더니 가방 앞주머니에서 새파란 포장이 특징인 담배 '팔리아멘트 하이브리드'를 꺼냈다. 주변에 행인이 지나다녀도 교복을 입은 채 여유롭게 한 개비를 피운 학생은 침까지 퉤 뱉고는 골목을 빠져나갔다. 이 학생이 담배를 피우던 곳에 가봤더니 '담배 아지트'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학생들이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담배꽁초와 빈 담뱃갑이 수북했다. 한 골목에서만 담뱃갑 쓰레기가 11개 나왔는데, 무채색 포장인 던힐 1㎎ 제품을 제외하고 나머지 10갑은 아이스볼트, 팔리아멘트 하이브리드 등 알록달록 화려한 포장의 담뱃갑이었다. 이복근 사무총장은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은 이처럼 포장이 화려하고 눈길이 가는 담배에 더 유혹을 느낀다"고 말했다.

◇람보르기니의 유혹…청소년을 골초로

2년 전 선배로부터 담배를 얻은 걸 계기로 담배를 피우게 됐다는 중학교 3학년생 김미림(가명·15)양은 최근 KT&G에서 람보르기니 스포츠카 이미지를 모티프로 해 만든 화려한 포장의 '토니노 람보르기니' 담배를 피운다. "왜 이 담배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김양의 대답은 엉뚱했다. "제 꿈이 람보르기니 자동차를 타는 거라 이 담배를 피워요."

세계적으로 흡연율이 줄자, 담배 회사들이 청소년과 여성을 마케팅 타깃으로 삼고 점점 더 화려한 포장의 담배를 내놓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성인 남성 흡연율은 1998년 66.3%에서, 2005년 51.6%, 2012년 47.3%로 뚝뚝 떨어지고 있지만, 청소년 흡연율(중1~고3)은 12% 안팎(2005년 11.8%→2012년 11.4%)으로 크게 변화가 없다. 건강을 염려해 흡연율이 떨어지는 추세가 계속되자, 담배 회사들이 청소년이나 여성을 겨냥해 더 유혹적인 담뱃갑으로 현혹하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담뱃갑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틈을 타, 유독 화려한 포장의 담뱃갑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담배 회사인 KT&G는 작년에 남성 패션잡지 '아레나'와 공동으로 담뱃갑 앞면에 나침반이 들어간 '디스플러스 아레나'를 내놓았다. 또 토니노 람보르기니 버전, 보헴모히또 아이스팩 등도 KT&G가 내놓은 화려한 포장의 담배다. 외국 회사 담배인 던힐 선셋, 던힐 미드나잇(이상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등도 화려한 포장으로 청소년 흡연층을 유혹한다.

지난 28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의 한 주택가. 고등학생 한 명이 책가방에서 파란색 포장의 담배(왼손에 든 것)를 꺼내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 주택가엔 학생들이 피우고 버린 알록달록한 포장의 담뱃갑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오른쪽 위는 KT&G가 람보르기니와 함께 내놓은 화려한 색상의 담뱃갑. 오른쪽 아래는 담배 해악을 알리는 경고 사진이 크게 들어간 호주 담뱃갑. /김지호 객원기자
연세대 보건대학원 이성규 연구교수는 "담배회사 내부 문건을 보면 아예 16~24세 청소년과 젊은 성인을 마케팅 대상으로 명시해 놓은 곳도 있다"면서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5만명 정도가 사망하는 현실인데, 담배 회사들은 줄어드는 소비자를 대신할 새로운 희생자를 찾느라 화려한 포장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유혹하는 담배 광고

화려한 담뱃갑이 과연 청소년들의 흡연에 영향을 끼칠까. 미국에서 14~17세 청소년 1087명을 대상으로 '담배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을 조사했다. 브랜드 이름까지 작게 숨기고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담뱃갑(plain package)과 시중에 팔리는 일반 담뱃갑의 선호도를 5점 척도(1점은 매우 싫다, 5점은 매우 좋다) 방식으로 조사했더니, 일반 담배의 매력도는 2.31, 꾸미지 않은 담뱃갑은 1.90으로 나타났다. 화려하게 포장한 담배일수록 청소년들이 더 큰 매력을 느낀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편의점 등의 담배 광고에도 문제가 많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최근 서울시내 중·고교 주변 200m 이내 편의점 151곳을 조사해 보니, 점포 외부에서도 훤히 보이는 담배 광고를 부착한 편의점이 10곳 중 9곳(90.1%)이었다. 편의점 한 곳당 담배 광고는 평균 6.3개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 김상희 건강증진과장은 "흡연율을 떨어뜨리려면 이미 중독된 성인 흡연자보다 청소년의 유입을 막는 게 더 효과적인데, 이렇게 무절제한 담배 광고나 화려한 담배 포장은 이를 어렵게 만든다"며 "이를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구리=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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