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흔히 '알코올 중독' 하면 술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알코올 중독'은 훨씬 더 흔하다고 합니다.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알코올 중독의 실태, 알아봅니다.

정새배 기자, 흔히 알코올 중독이라고 하면 코가 빨개진 고주망태가 떠오르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면서요?


○ 정새배 기자 > 네. 먼저 사진을 좀 살펴볼 텐데요, 위의 사진들에 나오는 여성, 스스로를 프랑스 파리에 사는 25살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젊고 매력적인데다 좋은 장소에서 맛난 음식을 즐기는 모습인데요,

'루이즈 들라주'(Louise Delage)라는 이름의 젊고 멋진 이 여성은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순식간에 유명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여성이 올린 사진들을 자세히 한 번 볼까요,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이 계정에 올라온 사진 150장 모두엔 늘 술이 있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여성의 외적 매력이나 사진의 배경에만 신경쓰느라 놓친 부분일텐데요, 사실 이 여성은 프랑스의 한 광고회사가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입니다.

사람들이 주변에서 알코올 중독의 징후를 얼마나 쉽게 놓치고 있는지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이같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앵커 > 우리나라 사람들도 술을 많이 마시는데, 그만큼 쉽게 술을 접할 수 있기도 하죠.


○ 정새배 기자 > 네. 알코올 하면 흔히 일반적인 술자리를 생각하실텐데요,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코올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많습니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스크림인데요, 기존 아이스크림에 소량의 술을 섞어 파는 제품입니다. 도수는 맥주와 비슷한 5% 수준인데요, 이 밖에도 식사 때 한 잔 씩 곁들일 수 있는 아이스티나 사이다 형태의 알코올 제품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심지어 아이들을 위해 인기 캐릭터가 그려진 무알콜 음료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제품들이 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술과 친숙해지게 만든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습니다.

■앵커 > 그러니까 이렇게 알코올에 친숙해지다보면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거겠죠?


○ 정새배 기자 > 네. 전세계적으로 매년 3백 30만 명이 알코올 남용으로 사망하고 있는데요, 이는 전체 사망자의 6% 수준입니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2배가 훨씬 넘는 숫자인데요, 세계보건기구 WHO는 전세계 2~30대의 사망 원인 중 4분의 1은 알코올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란셋'도 다른 어떤 마약류보다 알코올이 가장 중독성이 심하다고 평가했는데요, 알코올 중독으로 곤란에 빠졌던 유명인도 한 둘이 아닙니다.


과거 멜 깁슨이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다니엘 래드클리프 등이 알코올 중독 사실을 고백했던 적이 있고, 가장 최근엔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브래드 피트가 술에 취해 자식들에게 위협을 가한 것 때문에 안젤리나 졸리와 이혼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 알코올 중독,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심각할 텐데 술로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고요?


○ 정새배 기자 > 네. 살은 빼고 싶지만 친구들과 만나는 것은 포기할 수 없으니 음식 대신 술만 마시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는데요, '음주거식증'을 뜻하는 '드렁코렉시아'(Drunkorexia : Drunkard<술고래> + anorexia<거식증>)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입니다.


술로 배를 채우는 것만으론 모자라 일부러 구토를 하거나 설사제를 먹기도 하는데요, 이 모든 것이 알코올 섭취를 너무 자연스럽게, 또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문화에 기인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