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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까지 잘랐지만 다시 술을 사러 가고 있었다”…어느 알코올 중독 여성의 고백

관리자 2017년 05월 23일 09:02 조회 2915

30년간 알코올중독을 겪었던 김정미(가명)씨가 지난 17일 서울 도봉구 도봉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여성 자조모임 '새싹'에서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있다. 최정동 기자

30년간 알코올중독을 겪었던 김정미(가명)씨가 지난 17일 서울 도봉구 도봉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열린 여성 자조모임 '새싹'에서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있다. 최정동 기자

 
“매일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소주 네댓병을 마셨어요. 유치원생이던 딸에겐 매일 1000원씩을 주고 소보로빵 세 개를 사오라고 했죠. 그게 엄마가 주는 하루 세끼였습니다.”
김정미(가명ㆍ57)씨는 지우고 싶은 지난 30년을 하나둘 이야기했다. 말그대로 술독에 빠져버린 인생이었다. 6남매의 맏딸이었던 그의 삶은 외로웠다. 아버지의 강요로 중학교를 마치지 못한채 고향을 떠나 서울의 한 의류공장에서 일했다.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난 그에게 술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스무살 무렵부터 술을 마셨다. 외로움을 달래려 시작했지만 거의 매일 밤 소주 2병을 마셔야 잠이 드는 날이 이어졌다.
 
29살에 결혼을 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꿈꾸기도 했다. 결혼 이듬해 딸을 낳아 몇 년간 술도 줄였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로 소박한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서른 중반부터 다시 술에 입을 댔다. 끊으려는 노력도 해봤다. 딸의 하루 세끼는 챙겨주는 엄마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술을 사러가지 않으려고 가위로 머리카락을 마구 잘랐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머리에 보자기를 뒤집어 쓴 채 술을 사고 있었다. 이후 수전증과 식도염, 우울증에 환청까지 겪었다. 성인이 된 딸이 독립하면서 김씨는 혼자 살게 됐다. 
 
외로움과 술로 뒤덮인 김씨의 삶에 다행히도 작은 희망이 싹트고 있다. 서울시 도봉구가 운영하는 여성 알코올중독 모임 ‘새싹’ 덕분이다. 공통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경험을 고백하며 치유하는 ‘자조(自助) 모임’ 중 하나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여성들로만 구성된 알코올중독 자조모임이기도 하다. 김상준 도봉구 보건소장은 22일 “남성들 앞에서 사연을 털어놓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여성 중독자들을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6명이 참여 중인 ‘새싹’은 지난달 12일부터 매주 수요일 한 시간씩 도봉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다.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알코올중독을 겪은 여성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김씨는 “같은 고통을 겪었던 여자들끼리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 술의 유혹도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열린 ‘새싹’ 모임에서 만난 여성 4명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외로움 때문에 술을 시작했고, 중독에 빠진 이후엔 여자라는 이유로 쉬쉬하다가 문제를 키웠다는 점이다. 

여성 알코올중독 자조모임 ‘새싹’ 가보니…-여성 알코올중독 경험자 4명 둘러앉아 -‘익명’이란 원칙 아래 사연 숨김없이 털어놔 -지난달 16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열려 -거주지 상관없이 알코올중독 여성 누구나 참여

 

평범한 워킹맘이었던 박인자(가명ㆍ59)씨는 죽음의 문턱까지 갈 정도로 술을 마셨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사무직에 두 아이의 엄마였던 그는 남편의 의처증 탓에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생활비 한 푼 보태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학습지 배달원 등으로 일했다. 생계를 챙기느라 성인이 된 아이들과도 멀어졌다. 모든 시련을 참았지만 그 자리엔 보람이 아닌 ‘나만 혼자’라는 고립감만 남았다. 술은 그에게 유일한 친구같았다. 식구들이 외출하거나 모두 잠든 새벽 시간을 틈타 매일 막걸리 2~3병을 마셨다. 
 
결근이 잦아져 직장도 그만두게 됐고 간경화에 걸렸다. 가족은 병원 치료를 권했지만 그는 “여자가 술에 중독됐다고 하면 사람들이 손가락질 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급기야 지난해 2월엔 술을 마시다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에 실려 갔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겪은 뒤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술을 끊었다. 금주 8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의지가 약해질까봐 ‘새싹’ 모임에 나왔다. 박씨는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선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 내에서 느낀 학벌 콤플렉스에 시달리다 술을 마시게 된 조진아(가명ㆍ37)씨도 새싹 모임에 나오면서 한 달 넘게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금주하는 선배들의 얘기를 들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는다”면서 “모임의 이름처럼 음주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에 새싹을 틔우고 싶다”고 말했다.

도봉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여성 알코올중독 경험자들로만 구성된 자조모임 '새싹'을 운영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도봉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여성 알코올중독 경험자들로만 구성된 자조모임 '새싹'을 운영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도봉구가 자치구 차원에서 여성 자조모임을 운영하는 건 여성 알코올중독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여성 알코올 사용장애(중독) 추정 환자 수는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남성은 2011년 118만여 명에서 2016년 98만여 명으로 줄었지만, 여성은 같은 기간 약 38만 명에서 41만 명으로 늘었다. 김병수 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가사ㆍ육아ㆍ업무 등 복합적인 스트레스를 겪는 여성들이 현실 회피의 수단으로 술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알코올에 취약하다는 점도 환자 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송선미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박사는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알코올분해 효소가 적게 분비되기 때문에 간경화ㆍ심장질환ㆍ유방암ㆍ우울증 등의 알코올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족 해체와 1인 가구 증가도 여성 음주율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새싹’처럼 여성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해국 가톨릭 의대 교수(중독포럼 상임이사)는 “알코올중독은 높은 의료수가와 사회적 편견 때문에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치료 접근성이 낮다. 특히 여성 중독자를 맞춤형으로 상담하기 위해서는 훈련된 상담 인력이나 ‘멘토’ 역할을 하는 여성 회복자가를 중독센터에 배치하고, 여성 자조모임도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머리카락까지 잘랐지만 다시 술을 사러 가고 있었다”…어느 알코올 중독 여성의 고백

http://news.joins.com/article/21596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