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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도박의 차이

관리자 2015년 03월 12일 10:11 조회 1284

게임과 도박은 분명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고 인식됨에도 불구하고, 둘은 몇 가지 이유로 붙어 다니거나 심지어는 혼동되기도 합니다.

게임과 도박의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둘 사이의 가장 크게 대별되는 차이는 행위를 하는 목적에서부터 입니다. 게임은 ‘즐거움' 을 위해서 하고, 도박은 ‘재산증식' 을 위해서 행합니다. 물론 즐거움과 재산증식은 분명 상반되는 개념은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이익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이득을 봤다고 생각하면 즐거움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득에 의한 즐거움과 게임을 즐기면서 얻는 즐거움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고 이러한 구분을 통해서 우리는 ‘즐거움에 이르는 길' 을 명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고 봅니다.

1. 게임과 도박 사이

극단적인 예일지 모르겠지만 두 학자가 학위논문의 평가를 놓고 서로 돈을 걸었다고 할 때, 그것은 그 행위인 ‘학위논문 심사' 의 사회적 정당성을 떠나서 도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돈을 걸지 않고 포커를 쳤다고 했을 때, 그것은 분명 도박이 아닙니다. 스포츠에서도 비슷한 예를 볼 수 있습니다. 2002 월드컵과 같이 드라마틱한 스포츠는 분명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스포츠라는 행위 자체는 비합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지만 승부에 돈 내기를 하면 이는 분명 도박이고 사회적으로 범죄에 해당됩니다.

도박죄의 성립요건은 주로 근로관념에 관한 반사회적 사고를 막고, 경제적 도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즉, ‘재물의 습득은 건전한 근로를 통해서 행해져야 하며, 노력 없이 얻는 재물에 대한 한탕주의' 에 대한 경계입니다. 형법에서 근거하는 도박죄에는 그 행위나 수단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앞서 예를 들었듯이 학위논문이든, 스포츠든, 게임이든 돈을 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뿐입니다.

주로 통용되는 ‘도박용 게임' 에는 고스톱, 마작, 포커 등이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요즘 널리 알려진 보드게임이 이러한 도박성 게임과 형태적으로 약간의 유사성이 있고 이에 대한 선입견이 그릇된 편견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한 스포츠 신문에 ‘보드게임방의 하우스 변질화' 에 대한 기사가 나간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주변에서는 본적이 없지만 실제로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일 뿐이고 우려일 뿐이라는 것은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 인식하고 있는 사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도박을 위한 게임들을 보면 그 자체로는 게임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입니다. 도박을 위한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 게임의 룰이 단순명료해야 합니다.

룰이 복잡하거나 애매모호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도박을 위한 게임으로써는 부적격합니다.

둘째 , 불규칙한 무산성(Randomness)속에서 최소한의 질서를 발견할 수 있거나, 최소한 그럴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합니다. 도박을 소재로 한 영화, 만화 등에서 우리는 도박의 신이라던가 도박에서 승리하는 법에 대한 그럴듯한 편견을 가지게 만듭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질서라는 것은 없고, 결과는 필연보다는 우연의 법칙에 더 영향을 받으며 모든 사건이 독립적이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마장에서 재산을 쏟아 마권을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예상지를 사서 나름대로 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건 말이 순위에 들어오면, 돈을 땄다는 것과 함께 자신의 분석과 예측이 정확했음에 기뻐합니다. 카지노에서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들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각종 게임에서 나름대로의 질서와 법칙을 발견하려고 애쓰며, 모든 일에 적용되는 필연적 법칙을 대단한 도박기술 인양 맹신합니다. 이러한 믿음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가는 명확합니다. 경마장이나 카지노를 전전하는 사람들 중에서 부자되었다는 사람들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습니까? 가산을 탕진한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은 불규칙 속에서 어느 정도, 아니 확실한 예측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도박중독자' 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지적 오류입니다. 이러한 인지적 오류는 명확히 손해를 보면서도 지속적으로 도박을 하게 되는 과정을 잘 설명해 줍니다.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많이 잃을수록 앞으로는 따게 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도박의 결과가 분명한 ‘무산 작용 (Random Work)' 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결과에 따라서 다음 결과가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인지의 오류를 ‘도박자의 오류 (Gambler ' s Fallacy)' 라고 부릅니다. 2003년에 ‘한국심리학회지' 에 발표된 <비합리적 도박신념이 병적 도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는 이러한 도박자의 오류에 대해 잘 설명해줍니다.

도박자의 오류나 잘못된 지각은 통제력의 착각의 기반이 됩니다. 통제력의 착각이란 도박에 기술이 필요하며 기술을 숙련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거나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다시 문제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는 도박을 수반하는 게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게임들이 ‘도박자의 오류' 를 부추길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보다는 게임의 원래 목적을 잘못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오류에 스스로 빠져든다는 데에 있습니다.

글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게임과 도박은 목적에서 분명한 차이를 가집니다. 불행하게도 게임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게임을 접하면서 즐기기보다는 자신의 분석과 예측의 결과에 더 집착합니다. 물론 이러한 승부에 대한 집착이 게임과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본래의 목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아야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할지도 모릅니다. ‘승부에 대한 집착과 자신의 예측이 들어맞는 것에 사람은 즐거움을 느끼고 , 따라서 그것은 게임의 목적과 부합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돈 내기를 하지 않으면 게임이 재미가 없다.'

2. 즐거움에 이르는 길

이러한 현상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사실 친구들끼리 재미를 위해 간단한 내기를 하는 것-아무리 액수가 적어도 이는 분명히 도박이라는 사실을 상기-은 재산증식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좀 더 승부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한 내기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크게 본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승부에 집착하고 승리의 쾌감을 더욱 크게 만들기 위한 이유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흥미는 전적으로 그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달려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객관적으로 재미있는 게임과 흥미도가 약간 떨어지는 게임을 임의로 나눌 수는 있지만 이는 다분히 주관성의 집합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동일한 객체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많은 것이 바로 ‘게임' 이라는 장르일 것입니다.

어떤 학자는 즐거움에 이르기 위해서는 노력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즐거움을 즐긴다는 것은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을지는 몰라도 이를 발전시키는 것은 후천적인 노력입니다. 이러한 즐거움이 사회적인 통념상 어떤 식으로 굴절되어 있고 왜곡되어 있는지를 명확하게 짚어줄 수 있는 것이 게임과 도박의 사이에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게임을 즐거움을 위해서 즐기느냐, 아니면 어떠한 수단을 위해 즐기느냐 하는 것부터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게임은 단지 게임일 뿐이다.' 라는 말의 의미를 인식할 때, 라이프니츠의 말처럼 게임은 인류가 발명한 어떤 것보다도 가장 뛰어난 발명품이 될 것입니다.